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 신해철, 나에게 쓰는 편지 중에서
요즘 누구나 투자를 한다. 주식, 부동산, 코인, ETF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불리는 법’을 고민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왜 돈을 벌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투자는 수단인데, 어느 순간 그 자체가 목적처럼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에 앞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나는 왜 투자하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투자의 목적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인생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자.
“당신의 인생 목표가 무엇인가요?” 혹은 “살면서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다양한 답을 내놓는다. 부, 권력, 건강, 행복한 가정, 사회적 존경, 또는 세계 평화나 지구 정복 같은 대답도 있을 수 있다. 각자의 환경, 성격, 사고방식에 따라 우선순위는 다르다. 여러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궁극적인 목표로 수렴한다.
바로 자기 자신의 행복이다.
물리적 고통이나 정신적 갈등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몸이 아프면 불행하다. 좋은 음식을 사 먹을 여유가 없거나, 가족과 다투는 일이 반복되면 역시 불행하다. 교통체증, 짠 국, 맞지 않는 바지 같은 사소한 일도 기분을 상하게 한다.
이렇듯 행복한 상태를 정의하긴 어려워도, 불행한 상태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불행이 누적된 상태에서 행복을 느끼기는 어렵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지옥은 신의 부재이고, 어둠은 빛의 부재라고 하는 것처럼 달리 보면 어쩌면 행복이란 불행 요소들이 사라진 상태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중시하는 부, 권력, 건강 같은 가치도 마찬가지다. 그 자체가 인생의 목적은 아니다.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을 줄이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물론 행복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여유로운 시간이, 또 다른 누군가는 도전적인 일이나 타인의 인정이 행복일 수 있다. 가족과의 화목, 타인을 도우며 사는 삶,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그 기준이 남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수학에서 ‘목적함수’라는 개념이 있다. 출력값이 여러 개이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사람 역시 그런 다중 목적 최적화에는 약한 존재다. 그러나 인생의 목적을 ‘행복의 극대화’로 단순화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사람마다 함수의 형태나 가중치는 다르지만, 방향성은 같다.
예전에 결혼 전에 예비 장인어른과 나눈 대화가 기억난다.
“따님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제 가족이 불행하면 제가 불행하고, 결국 제 행복도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소 계산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나에게는 진심 어린 말이었다. 그게 바로 내가 움직이는 동기이기도 하다. 이타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도 결국 그 행동 안에서 자기만의 행복을 찾는다. 봉사활동에 헌신하거나 전 재산을 기부하는 사람들 역시 그 순간의 만족과 의미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 심지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나섰던 위인들조차, 그 희생이 타인의 자유로 이어진다는 기쁨과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다시 투자의 목적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투자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이건 명확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왜 돈을 벌고 싶은가다.
“10억을 버는 게 목표다.”라고 하자, 그럼 10억을 벌고 나면? 다시 더 큰 부자들을 보며 100억을 꿈꿀 것이다. 그리고 100억 뒤에는 또 1000억을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끝없이 목표만 커지고, 만족은 점점 멀어진다.
명심하자. 우리는 빌 게이츠도, 워런 버핏도 아니다. 돈은 행복을 위한 도구이자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일정 수준의 돈은 행복에 기여한다. 경제적 안정이 있어야 불안이 줄고, 기본적인 자유와 여유를 누릴 수 있다.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노숙을 하면서 행복을 논하는 건 고행자나 도인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난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돈 자체는 행복이 아니다. 그 돈을 어떻게 쓰느냐, 무엇을 위해 쓰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서 함정이 생긴다. 처음에는 행복을 위해 투자했지만, 어느새 투자 그 자체에 집착하게 된다. 매일 시세에 휘둘리고,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며, 가족과 보내는 시간조차 줄어든다. 수단이 목적을 삼켜버린 것이다.
투자는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 안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보다는 스트레스가 적은 장기 분산투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확보하고, 그 시간에 독서나 여행, 가족과의 시간을 즐긴다면 그 자체가 올바른 투자다.
투자를 시작하기 전, 혹은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투자는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투자도 결국 행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 순서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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