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책] 왜 위험한 주식에 투자하라는 걸까? 본문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02871
구독중인 블로거 '오렌지사과'님이 연재한 글들을 모아 출판한 책이다.
사실 이미 블로그를 통해 한번씩은 다 읽어본 내용이니 굳이 종이책으로 사서 읽을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빈말로라도 신세대라 불리긴 어려운 나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모니터에서 스크롤하며 읽는것과 책장을 넘겨가며 읽는 게 다르다고 주장할련다. 모니터로 보는 건 휴게소에서 음식을 급하게 흡입하는 느낌이라면 책을 읽는 건 식당에 앉아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평소에 내가 식사할 땐 흡입하긴 한다)
전반적인 소감은... 저자에겐 죄송하지만 솔직히 말해 절대 베스트셀러가 될 리 없는 책이다.
분산투자나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책들의 주장은 대충 이런 느낌이다.
너희 같은 개인 투자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건 어자피 꽝이니까 니 마음대로 하지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 정해준 대로 분산해서 장기투자하세요.
그럼 아마도 이런이런 정도 수익이 나올겁니다. 유명한 전문가들도 이렇게 해서 많이 벌었다니까요? 어때요, 참 쉽죠?
그런데 이 책에선 기본적으로 정규분포 곡선부터 시작해서 큰수의 법칙, 상관계수 등 소싯적 확률통계 수업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 그래프 몇개를 보다가 책을 덮게 만들 내용들이 난무한다. 그야말로 투자분야의 마이너에 다섯가지 덕(오덕)이 철철 넘친다.
그런데 난 그게 좋다. 세상에 백마디 말로 구구절절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숫자나 수식 하나만 딱 던져주면 얼마나 확실하면서도 풍부한 의사전달이 가능한지 알기 때문이다.
백테스트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이해하기 위한 수학적인 배경과 확률적인 메커니즘을 알아야 뭔 소린지 제대로 써먹을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확률에 대한 지수형태의 복잡한 수식을 알아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정규분포 확률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만 알고 있으면 충분하다.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그래프들이 많이 등장해 손이 잘 안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두세가지의 그래프 형식만 한번 이해하고 나면 대부분 동일한 방식의 그래프가 데이터만 바꿔가며 반복되니 금방 넘어갈 수 있다. 쫄지 말자.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은 이 책의 대부분의 확률적 계산은 정규분포를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저자가 반복해서 안내(를 가장한 경고)하고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런저런 엄청난 위험상황이 일어날 확률은 3시그마 범위 밖에 있으니 내 평생 그런 걱정은 안해되 되겠네!' 라고 착각할 지 모른다.
현실은 정규분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절대, never, 결단코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로 대표되는 Fat Tail, 혹은 Black Swan이라 불리는 극단적인 이상현상은 정규분포라면 수학적으로 수만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할 정도이다.
'2008년에 금융위기가 일어났으니 이제 앞으로 내 생전엔 그런 폭락사태는 안일어나겠네? 좋았어! 주식 몰빵 가즈아! '
...라고 했다면 2020년 코로나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몇가지 기억해 두고 싶은 주요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 자산가치는 항상 배당재투자를 가정한 TR(Total Return)으로 평가해야 한다
- 모든 자산은 복리로 변하니 수익률 그래프는 로그 스케일로 나타내야 수익성을 명확히 비교할 수 있다
- 투자성과의 정량적인 비교를 위해 수익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지표를 이용하자
- 투자 효율성을 평가하기 위해 수익성과 위험성의 비율을 이용하면 편리하다(예: 샤프지수)
- 투자기간이 길어지면 수익률은 선형으로 증가하지만 위험성은 SQRT(제곱근)으로 덜 증가한다
-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 적절히 분산투자하면 위험성을 줄일 수도 있다(포트폴리오 이론)
- 주식과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는 채권과 금 등이 있지만 한국인에겐 환율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 환율은 한국인에게 큰 분산효과를 더할 수 있으며 미국주식은 환노출(언헤지), 미국채권은 환헤지의 효율이 좋다
- 커버드콜상품은 기초자산과 안전자산(예금)의 적절한 조합과 비교할 때 같은 수익수준에서 변동성은 크다. 역시 튜닝의 끝은 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