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블라트의 마법공식은 지금도 유용할까?

퀀트 관련 책을 보다보니 마법공식 이라는 유명한 전략이 있어 좀 자세히 검토해봤다. 이미 투자계에선 한물 지나간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적용방법이 나름 간단한 편이라 결과가 궁금했다.

마법공식은 오리지널부터 업그레이드 버젼이 몇가지가 있는데 마이너한 차이는 잠시 접어두면 컨셉은 대동소이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두가지 지표를 이용하는데 한가지는 현재 기업이 얼마나 저평가되었는지, 다시 말해 주가가 얼마나 싼지를 정량적으로 나타내고 다른 한가지는 기업이 얼마나 돈을 잘 벌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기업의 가치평가는 PER, PBR, EV/EBIT 등으로 나타나고 수익성은 ROA, ROC, ROE, GP/A 등으로 나타난다는 가정하에 이 지표들을 이용해 기업들을 순서대로 정렬하고 현 시점에서 가장 싸고 수익이 좋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창시자인 조엘 그란블라트를 비롯해 이후 여러 사람들이 약간씩 수정/개선한 전략을 발표하면서 우수한 실적을 보였다고 해서 유명한가보다. 더욱이 요즘은 수백, 수천 개 회사들의 지표를 간단히 조회하고 정렬, 선택하는 과정이 쉬워져서 써먹기도 용이하니 정말 수익률만 잘 나온다면 써먹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책들을 읽으며 배운 것 중 하나가 그럴 듯한 전략이 눈에 들어오더라도 백테스트는 필수란 점이다. 젠포트, 퀀터스 등의 사이트에서 이 마법공식을 이용한 기본적인 백테스트가 가능해서 최근 시점까지 조건을 바꿔가면서 테스트해보았다.
여러 버젼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시가총액 20% 이하 종목을 대상으로 PBR ,GP/A 두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20개 종목을 선택해 월별 리밸런싱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마법공식 백테스트 결과, 2003.~2024., 한국

 

마법공식 백테스트 결과, 2003.~2024., 미국

 
퀀터스에서 한국과 미국 각각에 대해 2003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돌려본 결과를 보면 CAGR 41%(한국), 24%(미국)을 포함해 아주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구심이 든다. 2020년 코로나에서 회복되면서 급격히 수익을 본 이후론 딱히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분석 기간을 2022년 이후부터로 좁게 가져가서 다시 계산해보았다.

마법공식 백테스트 결과, 2022.~2024., 한국

마법공식 백테스트 결과, 2022.~2024., 미국

 
2022년 이후로는 CAGR -12%(한국), -23%(미국) 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서도 마법공식 관련된 내용은 최근 몇년간은 잘 올라오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공식의 효력이 사라진 건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가보다.
 
참고 : 마법공식은 유효한가? (언제부터 유효성이 사라졌을까? 저PER + 고ROE)

마법공식은 유효한가? (언제부터 유효성이 사라졌을까? 저PER + 고ROE)

 
효과가 안좋아진 원인이 마법공식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인지, 시장 메커니즘이 변화해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마법공식을 이용해 투자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처음 백태스트 결과를 보면 불황에서 회복되는 시기에 마법공식의 효과가 시장지수보다 훨씬 우수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회복기('20.6.~'21.6.) 마법공식 결과, 미국(좌), 한국(우)

 
위와 같이 코로나19 때 시장이 회복되는 2020년6월부터 1년간 동일한 마법공식으로 백태스트해보면 CAGR 93%(한국), 189%(미국)이라는 엄청한 수익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효과가 마법공식의 효과인지 시가총액 20% 이하라는 소형주의 효과인지는 좀 더 검토해보아야겠지만, 앞으로 언젠가 다시 불황이 닥친 후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이 보일 때 일시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전략으로 염두에 둘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