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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부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 없는 투자를 위한 심리 방어 기술

by 크바시르 2025. 12. 5.

 

투자를 하다보면 인간이 얼마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진화가 덜 된 존재인지 체감할 때가 많다. 자신의 행동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남의 행동은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도 감정의 노예로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이런 비합리성을 다루는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인 경제 주체라는 전통 경제학의 가정을 부정한다. 실제 인간의 행동은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 휴리스틱(Heuristics), 감정 등의 영향으로 종종 비합리적 판단을 유발한다.

이런 여러가지의 비합리적인 행동양식 중 개인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정리해보자.


1. 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

  • 처음 접한 숫자나 정보가 이후의 모든 판단 과정에 과도한 기준점(Anchor) 역할을 하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합리적인 평가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초기 정보에 사고가 고정되는 것을 말한다.
  • A와 B는 둘다 삼성전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A의 매수가는 8만원이고 B는 4만원이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이라고 하면 A와 B가 현재 가격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행동방식은 달라진다. A는 자신이 산 8만원을 기준으로 삼아서 6만원이란 현재 가격이 싸다고 생각하고 더 오르길 기다린다. 반면 B는 4만원에 산 주식이 6만원으로 50%나 올랐으니 많이 올랐다고 느껴 팔게 된다. 합리적으로 보려면 주식의 매도 여부는 자신의 평단가와 상관없이 현재가인 6만원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매수가격, 과거 최고가 등의 정보를 무시하고 현재 기업가치나 모멘텀 등을 적용하여 기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내 다른 자산이나 종목들과의 상대적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매수/매도 신호를 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2. 손실 회피 성향

  • 동일한 크기의 이익에서 얻는 만족감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심리적 고통이 훨씬(약 2배) 강하여 손실을 피하려는 경향이다. 이는 손실을 확정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만든다.
  • 어떤 종목에서 100만원 수익이 난 건 잘 기억나지 않지만 100만원 손실을 본건 두고두고 괴롭다.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하락한 주식을 팔아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하며, "언젠가 회복될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기대를 품고 손실이 커지는 것을 방치하며 비자발적인 장기투자자로 변신한다. 아이러니하게 약간의 이익이 발생한 주식은 혹시라도 손실로 돌아설까 두려워 일찍 팔아버리는 바람에 미래의 큰 수익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비트코인을 100만원에 사서 1000만원에 판 사람은 당시엔 10배 수익률을 자랑했겠지만 1억을 훌쩍 넘은 지금은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보자.
  • 이 현상 역시 기계적 손절매(Stop-Loss) 규칙을 의무화해서 포지션 진입 시점에 이미 손절매 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에 도달하면 감정적 판단 없이 자동으로 매도가 실행되도록 시스템을 설정함으로써 피할 수 있다.

3. 과도한 자신감

  • 설문조사를 해보면 자신의 운전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하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말이 안되는 현상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근거없이 자신의 투자 지식, 예측 능력, 심지어 행운까지도 실제보다 비현실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 최근 몇 번의 성공적인 단기 투자 경험을 한 투자자는 자신이 시장을 읽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고 착각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어자피 수많은 투자자 중 일부는 연속해서 성공하게 되어 있으며 그 일부에 당첨된 것 뿐이다. 이런 착각에 빠지면 투자금을 늘리게 되고 결국 처음의 수익을 모두 반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 잠시만 한발 물러나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세상의 수많은 투자자 중 죽기살기로 투자하는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나 따위가 그들보다 우수한 능력을 가졌다는 게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지 깨달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넘쳐나는 게 '자칭' 전문가들이다.

4. 현재 편향

  • 미래의 더 크고 합리적인 보상보다 당장의 작고 즉각적인 만족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현재의 고통이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을 꺼리며, 미래 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크게 할인하여 평가절하한다.
  • 은퇴 후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매월 100만 원을 투자해야 함을 알지만, 당장 눈앞의 명품 소비나 해외여행 같은 즉각적인 만족을 포기하기 싫어 투자 금액을 30만 원으로 줄이거나 아예 미룬다. 미래에 얻을 복리 효과로 큰 보상이 있음을 알지만 현재의 소비로 인한 작은 만족을 이기지 못한다. 이는 투자 계획을 일관성 있게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비단 투자 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강을 포기하고 운동은 안하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투자 시스템의 자동화와 강제성 부여가 가장 효과적이다. 오늘부터 술을 마시면 매달 용돈에서 10만원씩 까기로 약속한다거나, 급여가 들어오는 즉시 미리 정한 금액이 자동 이체되어 투자 계좌로 넘어가도록 설정하는 식이다. 화선지처럼 찟어지기 쉬운 자신의 의지 따위를 믿지 말자. 현재의 의지력이 작동할 여지 자체를 없애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강제적으로 이행하게 만들어야 한다.

결론

  •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유전자의 운반체에 불과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이성에 의해 유전자의 명령을 극복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기본적으로 생존에 유리했던 진화의 잔재이며,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 1 사고방식에 따라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게 되어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 자신의 행동이 비합리적 행동 양식임을 메타 인지하고 자신의 심리적 오류를 지속적으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적 훈련이 필요하다. 투자와 같은 부담이 큰 의사결정에서 합리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 인간의 의지력에 의존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실패확률이 높다. 따라서 심리적 개입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하드웨어적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모멘텀, 자산배분 등 사전에 정립된 정량적이고 기계적인 규칙을 강제적이고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구현하여, 감정이 배제된 객관적인 의사결정만을 실행하게 하는 루틴을 구현해야 한다.
  • 시스템은 인간의 의지가 무너지는 순간에도 작동하는 냉철한 가이드라인이며, 이것이 비합리성을 가장 확실하게 극복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