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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부

가치투자자와 모멘텀투자자

by 크바시르 2025. 11. 22.

 

 

가치투자자: 플라톤의 이데아를 믿는 순진한 이상주의자

가치투자자는 주식에 정당한 가격이라는 것이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데아가 완벽하고 이상적인 원형인 것처럼, 주식 역시 기업의 매출, 이익, 부채 등 본질적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정당한' 가격이 고정된 값은 아니고 회사의 상황에 따라 변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변동성이나 투자자들의 얄팍한 심리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시장은 단지 정당한 가격을 찾아가는 여정 중 잠시 제정신을 잃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회사의 진정한 가치(주가)가 1만 원인데, 현재 주가가 어쩌다 보니 5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치투자자의 시각에선 이 주식은 지금 반값 할인 중인 명품이다. 

"어차피 이 기업은 1만 원짜리인데, 정신 나간 사람들이 5천 원에 내놓았으니 무조건 주워 담아야 한다. 결국 시장은 제정신을 차리고 1만 원으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까.

이것이 그들의 지론이다. 마치 세상이 공평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고난의 행군을 하는 사람들과 같다.

 

모멘텀투자자: 관성의 법칙을 신봉하는 현실주의자

반면, 모멘텀투자자는 회사의 이익이나 PER(주가수익비율) 같은 복잡한 지표에는 단 1g의 관심도 없다. 그들은 오로지 아이작 뉴턴의 관성의 법칙만을 믿는다. 엔비디아가 최근 몇 년 동안 수백 퍼센트 올랐든 말든,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오르던 놈은 이유가 어떻든 계속 올라갈 것이다."
그 이유가 투자자들의 웨건효과(Bandwagon Effect) 때문이든, 아니면 정말로 그 기업이 계속해서 세상을 지배할 만큼 잘하고 있기 때문이든 알 바 아니다. 그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승하는 파도에 몸을 싣는다. 물론 언젠가는 고점을 찍고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멘텀투자자는 그저 하락세로 완전히 돌아설 때까지 비명을 지르며 버티는 체념적인 사람들이다.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아라: 다른 시점의 행동경제학

투자 시장에서 유명한 격언,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아라'는 말은 시기적으로 해석이 달라지면서 두 투자 집단의 행동을 완벽하게 설명한다. 두 집단 모두 이 격언을 따르지만, 그들이 정의하는 '무릎'과 '어깨'는 서로 다른 시간축에 존재한다.

구분 가치투자자 모멘텀투자자
매수(무릎) 가치 대비 저평가 상태에서 매수
(하락 추세의 끝자락)
상승추세 확인 후 매수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무릎)
매도(어깨) 가치 대비 고평가 상태가 되면 매도
(적정가치 이상의 왼쪽 어깨)
하락추세 전환이 확실해지면 매도
(머리를 찍고 내려오는 오른쪽 어깨)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설정하여, 이 두 부류의 인간들이 어떻게 주식 한 종목을 가지고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는지 살펴본다.

A라는 주식의 적정 가치는 1만 원이라고 가정한다. 현재 주가가 1만 원이지만, 주가는 하락 추세에 놓여있다. 가치투자자는 이 주식이 1만 원짜리임에도 불구하고 "좀 더 싸지면 사야지"라는 여유만만한 태도로 관망한다. 안전마진 30%를 적용하는 가치투자자라면, 주가가 7천 원까지 떨어질 때 이 주식이 충분히 싸졌다고 판단하고 마침내 매수한다. 이때 모멘텀투자자는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이 주식에 돈을 쏟아붓는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관성의 법칙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

시간이 흘러 주가가 5천 원이라는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하면, 드디어 모멘텀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다. 추세를 확신하고 완전히 상승 모멘텀을 보인다고 판단할 때, 모멘텀투자자도 이 주식을 매수한다. 이때 가치투자자는 여전히 "이 가격은 아직 싼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보유를 지속한다.

이제 두 투자자 모두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주가는 신나게 상승한다. 그러다 주가가 가치투자자가 판단한 적정 가치(1만 원)보다 충분히 높은 가격까지 올라가면(왼쪽 어깨), 가치투자자는 '제값보다 비싸게 팔았다'는 만족감과 함께 매도하고 시장에서 발을 뺀다. 하지만 모멘텀투자자는 아직 상승 추세가 남아있다고 믿으며 끝까지 버틴다. 이들은 주가가 고점(머리)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하여 추세가 충분히 꺾이는 시점(오른쪽 어깨)에 이르러서야 매도하고 철수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투자자의 매수-매도 시점이 정반대의 양상을 띤다는 것이다. 한쪽은 하락을 틈타 사고, 다른 한쪽은 상승을 확인한 후 뛰어든다. 그들의 극명한 전략 차이 덕분에 주식 시장에서는 언제나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맞물리며 거래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