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퇴직연금, DB형이 좋을까 DC형이 좋을까? 본문
읽기 귀찮으면 결론만.
자신의 임금상승률을 확인하고 이보다 높은 투자수익을 확보할 자신이 있으면 DC형으로 갈아타자.
나는 현재 DB형 퇴직연금에 가입중인데 얼마 전 자산 데이터들을 정리하면서 문득 궁금해져서 내 퇴직금이 과거부터 어떻게 증가하고 있는지 데이터를 받아서 본 적이 있다. 이 수치들을 보다보니 이것저것 궁금한 점이 더 많아져 이 기회에 한번 정리해본다.
1. DB형과 DC형 퇴직연금? 뭐가 다른거지?
DB형과 DC형 퇴직연금이 어떻게 다른지는 조금만 검색하면 수도 없이 나오니 간단한 개념만 정리하고 넘어가자.
DB형은 '확정급여'형으로 내가 근무한 기간(근속연수)와 퇴직시점의 '급여'만 가지고 퇴직금이 '확정'적으로 결정된다. 미국증시가 호황이건 공황이건 아무 상관없다.
반면 DC형은 '확정기여'형으로 회사는 매년 한번씩 한달치의 급여를 나에게 준 후엔 신경끄고, 내가 얼마나 잘 '기여'하여 그 돈을 굴렸나에 따라 퇴직금이 결정된다. 고로 내가 투자를 잘하면 퇴직금은 늘어나지만 공황이 오거나 해서 폭망할 위험도 내가 안고 가야한다.
2. DB형과 DC형 중 뭐가 좋을까?
제일 많이 궁금해하는게 이 질문이다. "그래서, 뭐가 더 좋은데?"
대부분 나오는 답변은 대동소이하다. ' 대기업에 다니거나, 장기근속이 가능하거나, 임금상승률이 높거나 안정성을 중시하면 DB형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이직이 잦거나 임금상승률이 낮거나 투자에 자신이 있다면 DC형이 유리합니다 '.
아니, 그런 두리뭉실한 답변 말고 좀 더 구체적인 게 궁금하다고!
그래서 DB형과 DC형 각각의 퇴직금을 계산하는 방법을 정리해서 계산해봤다.
먼저 DB형의 경우이다. 근속 1년차의 월급이 100만원이라 하고 임금상승률을 연4%로 가정하자. 입사 1년을 채우면 월급100만원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입사 2년이 지나면 월급은 104만원이 되므로 퇴직금은 2년x104만원 = 208만원이 된다. 이런식으로 10년이 지나면 월급은 142만원 (=100x (1+4%)^10 ) 이 되고 퇴직금은 10년x142만원 = 1420만원이다. 간단하지?
그럼 DB형을 보자. 마찬가지로 초기월급은 100만원, 임금상승률 연4%는 동일하게 놓는다. 단, 이번에는 내가 투자를 직접 하므로 연수익률이 변수로 포함되어야 하는데... 일단 임금상승률과 동일하게 연4%인 경우를 보자.
- 2년차 연초 : 회사가 이전년도 월급 100만원 입금하여 퇴직금 100만원 확보
- 3년차 연초 : 1년간 퇴직금 100만원을 굴려 104만원으로 늘림(수익률4%), 회사가 이전년도 월급 104만원 입금하여 퇴직금 104+104=208만원 확보
- 4년차 연초 : 1년간 퇴직금 208만원을 굴려 216만원으로 늘림, 회사가 이전년도 월급 108만원 입금해 퇴직금 216+108=324만원 확보
- 5년차 연초 : 이하 반복.
좀 복잡해 보이긴 하는데 실제로 계산해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그리고 임금상승률과 수익률이 동일하면 DB형과 DC형의 퇴직금 역시 동일함을 확인할 수 있다. 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높은 경우 DC형의 퇴직금이 DB형보다 유리해진다.
DB형 | 임금상승률 | 4% | DC형 | 수익률 | 4% | |
근속년수 | 납입금 | 퇴직금 | 연초자산 | 연수익 | 납입금_연말 | 퇴직금 |
1 | 100 | 100 | 0 | 0 | 100 | 100 |
2 | 104 | 208 | 100 | 4 | 104 | 208 |
3 | 108 | 324 | 208 | 8 | 108 | 324 |
4 | 112 | 450 | 324 | 13 | 112 | 450 |
5 | 117 | 585 | 450 | 18 | 117 | 585 |
6 | 122 | 730 | 585 | 23 | 122 | 730 |
7 | 127 | 886 | 730 | 29 | 127 | 886 |
8 | 132 | 1,053 | 886 | 35 | 132 | 1,053 |
9 | 137 | 1,232 | 1,053 | 42 | 137 | 1,232 |
10 | 142 | 1,423 | 1,232 | 49 | 142 | 1,423 |
3. DB 실적에서 월평균임금 역산
고로 현재 DB형에 속한 내 경우 임금상승률을 알고 그 이상의 수익률을 낼 자신이 있다면 DC형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할 수 있겠다. 혹은 임금상승률이 무진장 낮은 1% 수준이라고 하면 차라리 DC형으로 바꾸고 예금만 들어도 좋겠지.
그런데... 내가 DB형이긴 한데 임금상승률이 매년 일정하게 고정된 값이 아니다 보니 임금상승률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연봉체계도 복잡하다 보니 잘 모르겠고(직장인이 연봉 인상정도도 잘 모른다고 욕하면 할말은 없다만). 그래서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게 지금까지 계산된 과거 연차별 DB형 퇴직금과 동일한 수준의 DC형 퇴직금을 받으려면 얼마의 수익률이 필요한지 역산해보는 방법이다. 앞서 말한대로 수익률과 임금상승률이 같으면 DB형과 DC형의 퇴직금도 같으니까.
먼저 최근 10년간 DB형 퇴직연금 데이터로부터 시기별 예상퇴직금을 재직년수로 나눠주면 월평균임금이 나온다. : (월평균임금) = (예상퇴직금) / 재직년수
계산한 월평균임금을 DC형에 적용해 매년 납입되고 임의의 수익률에 따라 굴려 퇴직금을 계산한다.
연초자산 = 이전 연말자산
연초납입금 = 작년말 평균임금 (DB형 데이터)
연간수익 = (연초자산 + 연초납입금) * (연수익률)
연말자산 = 연초자산 + 연초납입금 + 연간수익
이제 남은건 현 시점에서 DB형의 예상퇴직금과 DC형의 연말자산이 비슷하게 되는 연수익률을 찾으면 된다.
내 경우엔 평균 연수익률 5.0~5.1% 를 유지하면 현재 DB형의 예상퇴직금과 비슷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나왔다. 다시 말해 회사의 DB형 퇴직금은 5.0~5.1% 연수익률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DB형(단위: 만원) | DC형(단위:만원) | 연수익률 | 5.05% | |||||
시점 | 예상퇴직금 | 재직년수 | 월평균임금 | 투자기간 | 연초자산 | 연초납입금 | 연간수익 | 연말자산 |
13년말 | 2,600 | 5 | 520 | 1 | 2,600 | |||
14년말 | 3,300 | 6 | 550 | 2 | 2,600 | 520 | 158 | 3,278 |
15년말 | 4,400 | 7 | 629 | 3 | 3,278 | 550 | 193 | 4,021 |
16년말 | 4,900 | 8 | 613 | 4 | 4,021 | 629 | 235 | 4,884 |
17년말 | 5,100 | 9 | 567 | 5 | 4,884 | 613 | 278 | 5,774 |
18년말 | 6,400 | 10 | 640 | 6 | 5,774 | 567 | 320 | 6,661 |
19년말 | 7,600 | 11 | 691 | 7 | 6,661 | 640 | 369 | 7,670 |
20년말 | 8,700 | 12 | 725 | 8 | 7,670 | 691 | 422 | 8,783 |
21년말 | 10,500 | 13 | 808 | 9 | 8,783 | 725 | 480 | 9,988 |
22년말 | 11,900 | 14 | 850 | 10 | 9,988 | 808 | 545 | 11,341 |
23년말 | 12,800 | 15 | 853 | 11 | 11,341 | 850 | 616 | 12,807 |
그럼 남은건 이 DB형이 만족스러운가 하는 점이다. 좀 더 직관적으로 질문을 바꿔보자. 매년 수백만원 이상의 큰 돈을 굴린다면 어떤 방법을 고르겠는가? 연5%짜리 예적금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직접 운영할 것인가?
안전을 우선시한다면 당연히 예적금에 해당하는 DB형일 것이고 위험을 감수하고 더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직접 주식과 채권등에 투자하는 DC형을 고를 것이다. 5% 를 염두에 두고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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