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재산 증여 : 증여세와 증여신고

설날 세배돈 시즌이 되면서 '자녀에게 새배돈으로 주식계좌를 만들어주세요~'라는 금융기관의 모집광고가 많이 보인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자녀에게 현금이나 주식을 줄 때 증여세를 조심해야 한다는 글도 많이 올라오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정리해본다.

1. 증여세란?

부모나 친인척 등이 어린 자녀에게 좋은 의도로 재산을 넘겨주고 싶어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 돈을 받는 자녀 입장에서는 이것이 수익에 해당한다. 수익이 있으면 세금이 따라오는 건 당연지사. 이때 발생하는 세금을 증여세라고 한다. 보다 엄밀히는 증여세는 타인(증여자)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경우에 증여받은 자가 부담하는 세금을 말하며 여기서 재산은 현금 외에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모두 의미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해주는 경우, 원칙적으로 증여를 받은 자녀가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부모가 증여세를 대신 내주는 경우엔 증여세 자체를 증여한 자산으로 간주해 증여세가 추가될 수 있다.
증여세를 결정하는 세율기준은 다음과 같다. 1억원 이하면 10% 세금을 내야 한다.

증여세율 과세표준 범위, 출처 : 국세청 홈페이지

 

아니, 그럼 부모가 자식을 학교에 보내고 밥사주고 하는 데 들어가는 돈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라고 착각하진 말자. 기본적으로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금액 내에서 사용하는 생활비나 교육비는 증여세 해당사항이 아니니 평소 생활은 크게 신경쓸 필요 없다. 또한, 새배돈이나 생일선물 등과 같은 축하금도 과세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금액'임을 기억하자. 새배돈으로 천만원을 준다거나, 생일선물로 아파트를 사준다거나 하는 건 대부분의 상식선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증여세 대상이 된다. 

2. 증여세 공제한도 (10년간 누계한도)

연말정산 때 세금공제 조항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증여세 또한 일정금액 이하는 면제해주는 공제한도가 있다.
아마도 제일 많이 해당할터인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자식이 미성년자인 경우 10년간 2천만원까지, 성인인 경우 10년간 5천만원까지 비과세로 증여가 가능하다. 여기서 10년이라는 기간이 좀 헷갈릴 수 있는데 예를 들어보자.

증여공제 한도, 출처: 국세청 홈페이지

 

만3세짜리 아이에게 2000만원을 증여했다면 13살이 되었을 때 다시 비과세로 2000만원을 증여할 수 있다. 그리고 만19세가 되면 미성년자 제한이 풀려 추가로 3000만원을 증여할 수 있다. 그리고 23세가 되면 10년 기간이 지났으므로 한도액 5000만원 중 19세때 증여한 3000만원을 제외한 2000만원을 다시 증여할 수 있다.

또한, 한번에 2000만원 같은 큰 금액을 증여하기 어려워 10년 동안 매달 일정금액을 증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경우를 정기금 증여라 하는데 절차를 밟아 신고하면 매달 증여신고할 필요 없이 한번만 신고해두면 된다고 하니 참고하자.

3. 증여신고방법

증여신고는 실제 증여일 이후 3개월 이내에 처리해야 하며 홈택스를 통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 실제로 몇년 전에 증여세 신고를 했었는데 의외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었다. 
만약 3개월이 지나 한참 후에 신고하게 될 경우 일정 비율의 가산세를 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까먹거나 모르고 신고를 안했는데 지금이라도 하면 어떻게 되나요? 라고 궁금해하는 질문이 있다. 가산세는 말 그대로 원래 내야 하는 세금에 일정 비율의  페널티를 더한다는 의미다. 그런고로 공제한도 내에서 증여한 경우 원래 세금 자체가 없으므로 추가로 내는 가산세도 없으니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 공제한도액이 리셋되는 10년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산정한다.

 

예를 들어 5살짜리 아이에게 1000만원을 증여한 뒤 실수로 증여신고를 3년후인 8살이 되었을 때 하더라도 어자피 공제한도 2000만원 이내이므로 별도 세금 혹은 가산세가 부여되진 않는다. 단, 남은 증여한도액은 신고시점인 8살을 시작으로 10년후인 18살이 될때까지는 1000만원(=2000-1000)으로 제한된다.

그러니 만약 어린 자녀에게 일찍부터 최대한 많은 자산을 증여하고자 한다면 최대한 빨리 증여한 후 증여신고도 빼먹지 말자.

4. 현금외 자산 관리 시 주의

또한 많이들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증여한 자산을 부모가 관리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일찍부터 증여해주는 건 아마도 자녀의 재산을 일찍부터 불려주는 게 주목적일텐데 이를 위해선 당연하지만 부모가 어느정도 직접 관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어느 정도' 의 수준이다. 실제로 아래 링크된 기사에선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미성년자인 자녀 명의로 주식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
자녀의 주식 계좌가 부모의 차명계좌로 분류돼
수익을 대부분 토해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준 주식 '단타'는 금물…차명계좌 인정 땐 稅폭탄

 

직접 국세청 홈페이지에 문의해 받은 답변도 마찬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Q) 미성년자녀에게 2천만원 증여신고 후 다음과 같은 경우 문제는 없는가?
    1) 아이 주식계좌에서 역시 아이 명의의 다른 금융사로 이체하는 경우 
    2) 아이 계좌에서 매일 적립식으로 매수 및 매도를 하는 경우 

A) (전략) 본 상담관의 견해로는 귀 사례와 같이 부모가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한 경우로서, 자녀 소유 현금을 자녀 명의 타계좌로 이체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증여 등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며,
또한, 일반적으로 금전을 증여받은 날 이후 발생한 주식 평가손익에 대해서는 증여받은 것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나, 
다만, 증여세를 신고한 후 자녀에게 주식매매차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부모가 계속적으로 주식을 취득ㆍ양도를 반복하여 자녀명의로 매매차익이 발생한 경우 즉, 부모의 노력에 의하여 자녀가 주식매매차익을 얻은 경우에는 증여에 해당하여 당초 증여받은 현금외에 그 매매차액에 대하여 추가로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후략)

 

즉, 일단 증여신고까지 잘 했더라도 사고팔고를 반복하는 경우는 추후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매수한 주식을 장기간 가져가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고, 정기적으로 매수하는 것까지는 허용된다는 의견이 많다. 기준은 부모의 자산을 불리기 위한 '차명계좌' 로 간주할 여지가 있는가이다. 

 

그러니 웬만하면 장기투자로 관리하고, 특히 매도는 너무 자주 하지 않는게 좋겠다.

나는 얼마전부터 토스에 아들명의의 주식계좌를 만들어 주식모으기 기능을 이용해 QQQM, SPLG, SCHD 등을 조금씩 사주고 있다(토스는 10$ 이하 거래 시 수수료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5. 결론

앞으로 몇십년 후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해있을 지 여러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지만 과연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구감소에 AI의 발달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부터 상상도 못할 변화가 닥쳐올 텐데, 그나마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중 가장 현실적인 것이 증여 후 자산을 불려주는 게 아닐까. 특히 투자기간을 수십년 동안 가져갈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으니 여유가 된다면 일찍 증여절차를 정식으로 밟아주는 걸 추천한다.